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 지웅배
유튜브 과학 콘텐츠를 보다가 ‘우주먼지’라는 유튜버, 지웅배 교수의 알고리즘에 빠져버렸다. 사실을 기반으로 사고하는 이성적인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유독 감성이 묻어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특히 천문학자들이 그렇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문을 ‘쓸모없다’고 표현한다. 과연 그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정보
- 제목 :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 지은이 : 지웅배
- 장르 : 과학
- 출판사 : 썸앤파커스
- 총 페이지 수 : 232페이지
천문학에만 강요되는 ‘낭만’
대체 왜 사람들은 이토록 아름다운 밤하늘, 우주에 별로 관심이 없을까? 왜 천문학자에게 낭만을 강요할까? 정말 일부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것처럼 천문학자는,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을까? 나는 국가지원연구비를 탕진하는 중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그러니까 ‘개똥철학’을 담았다. (P.7)
다른 과학 분야에는 ‘낭만’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유독 천문학에는 감성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경향이 있다. 밤하늘의 별을 연구한다는 이유만으로 낭만을 기대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쓸모없음’이라는 평가도 여기서 비롯된 것일까?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반대로 말한다. 당장 실용적이지 않을 수는 있어도, 역사적으로 천문학만큼 경제적·기술적 가치에 기여한 학문도 드물다는 것이다.
보이저 호의 골든 레코드나 ‘창백한 푸른 점’ 같은 상징 역시 인간이 천문학에 감성을 덧씌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실 천문학자들이 원했던 것은 인류의 낭만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태양계에 대한 과학적 정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천문학을 ‘쓸모없다’고 평가하는 시선은, 그 학문이 아름답고 낭만적이기를 바라는 인간의 기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하나의 달력으로 압축한다면, 인류의 등장은 연말에 해당한다. 저자의 유튜브 활동명 ‘우주먼지’처럼 인간은 우주 속에서 극히 미약한 존재다. (어쩌면 먼지보다 더 작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존재가 우주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종종 시뮬레이션으로 구현된 우주를 ‘전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 빅뱅 이전의 가능성 등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심지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태양의 빛조차 8분 전의 과거다. 즉, 우리는 언제나 ‘현재의 우주’를 직접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보이는 것을 기반으로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통찰.
우리가 한 은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역시 확실한 방법은 그 은하가 탄생하고 죽기까지 수백억 년에 달하는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사귄 친구, 연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아서인지 우리는 첫인상만으로 마치 나뭇잎이나 돌멩이 보듯, 얼굴 생김새 하나에만 의존해서 그 사람의 모든 걸 다 알아내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편견과 오해의 늪에 빠진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려는 게으름은 언젠가는 우리를 배신한다. 겉모습은 고작해야 과거의 단편을 조금 보여준다. 거친 피부와 지저분한 수염으로 고된 하루의 흔적을 읽어낼 수 있다. 굳은살이 거의 없는 내 하얀 손을 보고 농사꾼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다. 누군가가 10년 후에, 20년 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될지를 알려주는 관상은 없다. (P.182)
마무리 – 천문학에 대한 애정이 담긴 책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주먼지는 정말 천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천문학은 하늘을 바라보는 그 자체로 이미 의미가 있는 학문 아닐까’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그동안 천문학을 실용성이 떨어지는 학문으로 가볍게 여기면서도, 화성 탐사나 달 탐사 같은 성과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심채경 박사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에서도 느꼈지만, 천문학자들의 우주에 대한 애정은 유난히 순수하고 투명하다.
무언가에 깊이 매료되어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 그런 천문학자들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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