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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주절 한스푼 - 책/인문*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뷰|심채경 에세이, 과학과 감성 사이에서 만난 위로

by joojul1spoon 2026. 3. 31.

출처 : 밀리의 서재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최근 읽은 소설 중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던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영화로 개봉했다. 개봉 당일 바로 관람한 뒤, 그 감동을 이어갈 과학적인 책을 찾고 싶었다. 마치 취향을 꿰뚫어 본 듯, 밀리의 서재 알고리즘이 심채경 천문학자의 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추천해 주었다.

직업을 깊이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가 직접 쓴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과학 덕후를 꿈꾸는 방구석 독서가’의 시선으로, 천문학자의 일상을 엿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책 정보

  • 제목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지은이 : 심채경
  • 장르 : 에세이
  • 출판사 : 문학동네
  • 페이지 : 272쪽

이과생의 글이 이렇게 감미로울 수 있다니

정지음 작가의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에서 “글은 그 사람의 정서를 담는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심채경 작가는 참으로 감미로운 사람일 것이다.

천문학자라는 이과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문장은 어느 전업 작가 못지않게 섬세하고 부드럽다. 결국 글쓰기에서 문과와 이과의 경계는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많진 않았지만 친구들도 만나지거나 안 만나지거나 했고, 친구의 친구들끼리 문제가 생기는 것을 목도하거나 같이 휘말리거나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표현하거나 단정 짓기 어려운 감정들과 마주쳤다. 그것은 ‘예’나 ‘아니요’가 아니었다. ‘기쁨’이나 ‘슬픔’도 아니었다. ‘분노’나 ‘절망’도 아니었다. (P.111)
어릴 땐 숙제하다 잘 모르면 부모님께 물어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요즘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부모님은 각자 나름의 인생에서 대가이시지만, 내가 가는 길은 그 방향이 아니다. 지구를 떠난 탐사선처럼, 내가 나의 삶을 향해 가열차게 나아갈수록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그렇게 점차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P.154)

학생과 교감하는 진짜 교수, 심채경

책 속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주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교감하는 장면이다.

성실한 학생들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학생들이 진짜 ‘우주’를 이해하길 바라는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취업계나 성적 관련 이메일에 대한 답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따뜻하다.

살다 보면 본인의 삶에서 강의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이 생기니까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죠. 강의에 빠지는 대신 중요하고 알찬 시간을 보냈다면, 그게 L 학생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P.68)

이 문장을 읽으며 ‘이런 교수가 실제로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누군가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도 느끼게 된다.


천문학자이자, 여성, 그리고 엄마의 삶

심채경 작가는 2019년 ‘네이처’에서 차세대 달 과학자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연구자다.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여전히 바쁘고 현실적이다.

연구비에 대한 고민, 육아와 연구의 병행 등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과학자’의 이미지와는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책 속에서 언급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과학을 동경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나의 감정이 그대로 대변되어 놀라웠다.

결국, 나는 한 번도 『코스모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했다. 책에서 다루는 모든 분야에 대해 얕은 지식이라도 있다면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하고 새로운 눈을 뜨게 됨에 매 문장마다 감사할 테지만, 몇 문단 지나면 어느새 그저 한 사람의 활자 중독자가 되어 눈앞의 글자를 읽어내리며 ‘명상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언제쯤이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칼 세이건과 함께 감동의 도가니에 빠질 수 있을까. (P.84)

이 대목에서 ‘과학자도 결국 우리와 같은 독자구나’라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마무리 – 무해한 사람들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주를 알아갈수록 인간은 더 작아지고 겸손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진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무해한 사람들’에 대한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P.13)

오늘 하루도 어제보다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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