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 지웅배 리뷰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과학책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감정이 복잡할수록 오히려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심채경 박사의 책을 읽은 영향인지, 밀리의 서재 알고리즘이 ‘우주먼지’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지웅배 교수의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를 추천했다.
유튜브에서 블랙홀을 쉽게 설명하던 모습 덕분에, 이 책 역시 일반 독자에게 친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김상욱, 궤도, 심채경, 카를로 로벨리에 이어 과학 독서 나무에 지웅배라는 가지가 하나 더 자라났다.
📚 책 정보
- 제목 :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 저자 : 지웅배
- 장르 : 과학 / 교양과학
- 출판사 : 오아시스
- 페이지 : 326페이지
추천사부터 사로잡히는 과학책
책을 펼치기도 전에 추천사에서 시선이 멈춘다.
천문학은 자연을 괴롭혀 답을 찾지 않고 우주를 가만히 바라본다. 천문학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가만히 관조하길 바란다. 별을 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_김범준(성균관대학교 통계물리학과 교수)
이과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감성적인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싶다가도, 곰곰이 보면 결국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더 깊게 와닿는다.
가장 사실적인 것이 가장 큰 감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장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허리가 세워지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법을 깨달았던 순간, 어쩌면 지상의 모든 인간은 천문학자가 될 준비를 끝마쳤는지도 모른다. 나는 진실로 믿는다. 우리 모두는 이미 천문학자로 태어난 셈이라고. 별자리를 관찰하든, 달빛을 사진에 담 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누구나 천문학자가 될 수 있다고. (P.13)
천문학에서 인간을 이해하다
천문학은 우주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 시작은 단순하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지, 태양이 중심인지에 대한 논쟁부터 현재의 화성 이주와 테라포밍까지—인류는 늘 우주를 통해 자신을 이해해 왔다.
결국 천문학의 본질은 단순히 망원경으로 우주의 빛을 모으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그래프를 그리는 행위 자체에 있지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유한한 삶을 안타까워하며, 시간의 한계를 허물고, 우주의 모든 경이를 만끽하고, 우주의 공허 속에서 외로워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야말로 천문학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P.55)
이 문장은 이 책이 단순한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문학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 머리 위에 펼쳐진 밤하늘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천년 전에도, 오늘날에도, 그리고 수천 년 후의 미래에도 우리 머리 위에는 항상 똑같은 밤하늘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똑같은 하늘 아래 매번 전혀 다른 우주를 인식하고 상상하며 살아간다. 분명 같은 우주를 바라보지만, 시대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우주를 살아가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보이는 대로 세상을 보는 대신, 우리가 이해하고 상상한 모습을 투영한 왜곡된 세상을 실제 우주인 양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P.107)
같은 우주를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 책은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 든다.
마무리 – 겸손해지기 위해 읽는 과학책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감성적인 책 보다 과학책을 찾게 된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우주먼지’라는 저자의 닉네임처럼, 나 역시 하나의 먼지라고 생각하면 대부분의 고민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가끔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욕심 많은 먼지가 돼서 문제 이긴 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깨닫게 된다.
과학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전문가와 일반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주의 스케일에 비해 내가 한없이 작고 하찮은 존재라는 허무함과 138억 년에 달하는 우주의 장엄한 진화 끝에 비로소 내가 태어났다는 자존감이 공존한다. 천문학은 한 인간으로서 지구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 감정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천문학자가 될 수 있다.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그리 대단치 않다. 하늘에 뜬 달빛 하나로도 충분하다. (P.321)
이 문장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조금 더 대단한 존재가 되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나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천문학자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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