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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주절 한스푼 - 책/소설

빛을 보는 또 다른 방법 – 『빛의 조각들』  리뷰

by joojul1spoon 2026. 2. 28.

출처 : 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 출판 소설 솔직 리뷰

이번에 읽은 책은 내가 애용하는 전자책 서비스 밀리의 서재에서 출판을 담당한 소설이다. 밀리의 서재 이용자들은 소위 ‘독서 덕후’가 많다고 느껴, 개인적으로 평점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빛의 조각들』 역시 4점이 넘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무리 평점이 높아도 내 취향과 맞지 않으면 읽다 화가 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개인적인 평점은 밀리의 서재 평균보다는 조금 낮게 주고 싶다.


📚 책 정보

  • 제목 : 빛의 조각들
  • 저자 : 연여름
  • 장르 : 국내소설
  • 출판사 : 밀리의 서재
  • 분량 : 256페이지

소행성이라는 비현실적 배경

이야기는 주인공 뤽셀레가 발렌이라는 행성에 거주하는 화가 소카의 저택에 청소부로 고용되면서 시작된다.

가상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설정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이름—뤽셀레, 소카, 바사, 에르완 등—은 쉽게 와닿지 않았다. 읽는 내내 마치 외국 소설 번역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나는 장르 구분 없는 독서를 지향하지만, 아직 완전히 품지 못한 영역이 바로 판타지다. 2025년 10월에 발행된 현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은 끝까지 약간의 거리감을 남겼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웠다.


오감으로 다가오는 ‘빛의 조각들’

주인공 뤽셀레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흑백으로만 보는 ‘흑백증’ 환자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빛을 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어떻게 빛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핸서 수술을 결심한 뤽셀레가 소카의 저택 수영장에서 진정한 반짝임을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어쩌면 수술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다. 결말까지 읽고 나서야 그 예상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햇빛이 부서져 내린 눈앞의 수면과는 비교하지 못할, 아득히 먼 곳에서 산란하는 수백만 개의 별빛이 온 천장을 촘촘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P.227

 

나는 인핸서 수술을 보류했다. 사실 해야겠다는 의지가 조금씩 옅어져 간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지금 이대로도 커피의 품질을 능숙히 판단할 수 있고 맛과 향을 예민하게 구분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자랑은 아니지만 가끔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내가 완성해 낸 균형을 음미하며 만족해하는 손님의 얼굴을 보는 것도 기분 좋은 덤이었다. 지금처럼. P.236

 

색을 잃은 세계에서도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가진 감각을 다시 믿는 일과 닮아 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용기 – 소카의 선택

폐 질환으로 특수 헬멧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했던 소카는 인핸서 수술을 결심한다. 이후 소행성을 여행하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삶을 선택한다.

수술을 받지 않은 순수한 신체(오가닉)로 그린 그림만이 인정받는 세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선택하는 장면은 작은 울림을 준다.

변화 없는 하루를 지키는 데 익숙해진 나에게,

그 장면은 “다른 길을 가봐도 괜찮다”는 암묵적인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그림은 도착할 때마다 주제가 제각각이었다. 풍경일 때도 인물일 때도, 가끔은 꿈의 한 조각처럼 보이는 것일 때도 있었는데, 마치 내가 쓰레기 수거함에서 건져낸 그 노트의 다음 페이지가 계속 이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의 노트는 대부분 내가 아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고, 지금은 풍경도 인물도, 물론 꿈도 전부 모르는 미지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소카가 만난 이들과 목격한 것들을 우리는 미래가 된 발렌에서 함께 본다. P.240

 

소카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마무리 – 이제는 평점도 100% 신뢰하지 말자

비현실적인 배경 설정 때문에 높은 평점만큼의 만족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삶에 대한 메시지를 은은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판타지적 세계관이 아니어도 이 이야기는 충분히 힘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밀리의 서재 평점도 이제는 100% 맹신하지 말자.

결국 독서는 취향의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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