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태까지 읽어온 추리소설은 대부분 대한민국 혹은 미국 작품이었다. 중화권 문학작품은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수능에나 나올 법한 고전 시를 제외하면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르지 않게 읽을거리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밀리의 서재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홍콩’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멈췄다. 살아보지도 못한 시절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끌리는 90년대 홍콩에 대한 향수. 그런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 이유 없이 이 책을 집어 들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책 정보
- 제목 : 13·67
- 저자 : 찬호께이
- 장르 : 추리소설
- 출판사 : 한스미디어
- 페이지 수 : 679쪽
실패 없는 선택, 수상작의 저력
『13·67』은 7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장편 추리소설이다.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흡인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야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게 됐다.
역시나 예상대로, 『13·67』은 2015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이었다. 지금까지 읽어온 영미권 추리소설들은 자극적인 소재와 빠른 전개로 읽는 동안은 재미있지만, 완독 후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면 『13·67』은 마치 양반이 일하듯 느긋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는 사람의 호흡은 점점 빨라진다. 천천히 진행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수상작다운 묵직한 매력이 분명히 존재하는 작품이다.
『13·67』이라는 제목의 의미
이 소설은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인공인 경찰 관전둬가 각 장마다 서로 다른 사건을 맡는다. 겉보기에는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모든 사건이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제목인 ‘13·67’은 소설 속 첫 사건이 발생한 1967년과 마지막 사건의 시점인 2013년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과 반대로, 2013년에서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중반까지는 ‘이 사건들이 대체 어떤 연관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따라다닌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전체 윤곽이 드러나고,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 그려진다.
평소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문장을 메모하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문장 하나하나보다 책 전체가 던지는 메시지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의 말
오늘의 홍콩은 작품 속 1967년의 홍콩처럼 똑같이 괴상하다. 우리는 멀리 한 바퀴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2013년 이후의 홍콩이 1967년 이후의 홍콩처럼 한 발 한 발 올바른 길로 나아가 소생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또한 강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용감하며 시민을 위해 온 마음으로 일하는 경찰의 이미지가 다시 확립되고, 홍콩의 어린이들이 경찰을 자랑거리로 생각하게 될지도 알 수 없다.
— 찬호께이, 작가의 말 중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소설이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홍콩의 역사와 현재를 관통하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더욱 또렷해졌다.
홍콩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추리소설
『13·67』은 홍콩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홍콩의 지명이나 근현대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몰입도가 훨씬 높아진다. 특히 1997년 홍콩 반환 전후의 사회 분위기를 알고 있다면, 주인공인 경찰이 왜 ‘누런 개’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또한 홍콩의 지리에 익숙하다면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나 추격전의 동선이 왜 그 지역에서 선택됐는지도 흥미롭게 읽힌다.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도시라서, 익숙한 지명이 등장할 때마다 예전에 여행하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고, 다시 구글 지도를 켜서 소설 속 거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중국으로 완전히 귀속되는 2046년 이전에 홍콩을 더 자주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내일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홍콩을 좋아하는 사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묵직한 여운이 남는 작품을 찾는 사람이라면
『13·67』은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홍콩덕후라면 두번 읽자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 주성철
이 전부가 아니다.대학생시절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조금 아쉬운 2박 3일 여정으로 다녀온 홍콩을 최근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영화 촬영지뿐만 아니라 지난 여행에서 놓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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