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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주절 한스푼 - 책/인문*에세이

뤼디거 달케 『보이지 않는 질서』 독서 후기 – 왜 추천하지 않는가

by joojul1spoon 2026. 1. 24.

출처 : 밀리의 서재

 

 

최근 소설만 연달아 읽다 보니, 의식적으로 다른 장르의 책이 필요했다. 환기 겸 선택한 책은 뤼디거 달케의 『보이지 않는 질서』.

늘 어느 정도 신뢰해 왔던 밀리의 서재 평점을 참고해 고른 책이었는데, 완독 후 다시 보니 평점이 2점대로 내려가 있었다. 읽고 난 뒤의 감상과 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인지 아쉬움은 남았지만 기분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개인적으로 매우 비추천이다.


📘 책 정보

  • 제목 : 보이지 않는 질서
  • 저자 : 뤼디거 달케
  • 장르 : 인문
  • 출판사 : 터닝페이지
  • 분량 : 364페이지

현상을 바라보는 분석적 시각 : 대립과 공명

대립

저자 뤼디거 달케는 정신요법 의사이자 심리치료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몇 가지 기본적인 틀을 제시한다. 그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대립의 법칙’이다.

정치 이념, 전류의 음극과 양극, 유전자의 구조까지—세상 만물은 서로 대립된 형태로 존재하며, 이러한 구조는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한쪽 극을 고집할수록 반대 극을 더욱 강하게 불러오며, 결국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중심과 단일성으로의 회귀’를 제시한다. 즉, 우리는 모두 같은 곳에서 출발했다는 인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방대한 범위의 사례를 한꺼번에 제시하다 보니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졌다. 그나마 변비를 앓는 사람과 설사를 앓는 사람이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는 예시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비교적 도움이 됐다.

 

공명

공명은 대립의 법칙 아래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공명을 “우리가 오직 공명하는 대상만 인식하고, 공명해야 관계가 형성된다”는 의미로 설명한다.

라디오가 좋은 예다. 우리는 주파수가 닿는 범위 안에서만 정보를 수신할 수 있다. 마음가짐 역시 공명의 대상이 된다. 불평과 짜증이 많은 사람 옆에 있으면 그 감정이 옮겨 붙는 경험, 혹은 하품이 전염되는 장면이 그렇다. 흔히 말하는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은 결국 나와 공명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통은 불만과 공명해서 생겨난다. 반대로 만족과 공명을 이루면 거의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룰 수 있고, 따라서 아주 만족스럽게 살 수 있다. (P.107)

 

이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많지 않았지만, 공명에 대한 이 부분만큼은 마음가짐을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단일성으로의 회귀, 부분과 전체는 같다

『보이지 않는 질서』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단일성’이다. 쉽게 말해, 태초부터 우리는 모두 같았다는 전제다. 그렇기에 부분과 전체는 본질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가 하나의 점에 불과하듯, 인간 역시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분이며, 그 구조는 닮아 있다는 논리다. 여기서 저자는 ‘시작의 법칙’을 강조한다. 모든 현상의 시작에는 이미 전체가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시작의 법칙과 파르스프로토토 법칙이 아주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각 부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또는 시작 부분이고, 거기에는 이미 모든 게 들어 있다. 학자들이 모조리 나누어 놓은 작은 조각들을 보아도 결국 첫 조각에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P.237)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심리치료사의 책

도입부는 분명 흥미로웠다. 무심코 지나쳤던 현상 뒤에 숨어 있는 과학적 법칙을 알고 싶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20년 가까이 쌓아온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정리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낸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 대립과 공명에서 단일성과 시작의 법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책의 메시지는 점점 산만해진다. 그리고 결국 결론은 ‘사랑’이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눈과 뇌를 매개로 상상을 투입해 해석한다는 설명을 하면서도, 정작 이 책은 독자를 상상의 늪으로 끌어당긴다.

책을 믿을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나는 믿지 않기로 했다. 공감되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 당연한 논리를 불충분한 과학적 근거로 그럴듯하게 포장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오랜만에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