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사회적 갈등은 점점 더 격해질까.
왜 사실보다 믿고 싶은 이야기가 더 빨리 퍼질까.
조 피에르의 《집단 망상》은 이 질문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에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개인의 비이성보다, 미디어 환경과 집단 심리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며 오늘날 양극화 사회를 이해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 정보
- 제목 : 집단 망상
- 저자 : 조 피에르
- 장르 : 인문 / 심리학
- 출판사 : 21세기 북스
- 분량 : 460쪽
망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다
― 확증 편향과 불신의 메커니즘
망상이라고 하면 흔히 ‘정신 질환’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망상을 잘못된 믿음의 연장선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모두 주관을 가진 존재이기에, 객관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분법적 사고, 과도한 일반화, 성급한 결론, 과장과 축소, 개인화 같은 인지 오류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기에 더해 잘못된 기억이나 제한된 경험은 쉽게 확증 편향으로 이어진다. 과거보다 우리가 확증 편향에 더 쉽게 빠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터넷에는 언제든지 ‘내 주장을 뒷받침해 줄 증거’가 넘쳐나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 주장에 공감해 줄 사람을 찾는 일도 매우 쉬워졌기 때문이다.
책 속 사례는 주로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읽는 내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짜 뉴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 검증되지 않은 대체 의학이 왜 사회적 이슈가 되는지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떤 사실에 대해 합의도 못 한 채 잘못된 정보에 쉽게 빠지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이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원하는 정보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P.129)
모든 혼란의 끝에는 ‘이익’이 있다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확성기를 통해 허위 정보는 순식간에 퍼진다. 반복적으로 노출된 거짓 정보는 어느새 진실처럼 느껴지는 ‘진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를 만들어내고, 결국 사회는 진실 공방 속에서 양극화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유익하지도 않은 정보에 왜 사람들은 쉽게 휘둘릴까?
이에 대해 저자는 명확히 말한다. 그 혼란의 중심에는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얻는 ‘최상위 포식자’가 존재한다고. 대중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거대한 생산 공정의 일부가 될 뿐이다.
불신의 뿌리를 찾다 보면 부정부패, 공직을 악용한 사적 이익 추구 그리고 선출된 지도자들과 다른 공직자들이 공익보다 특정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P.147)
책에서는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전형적인 패턴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가짜 뉴스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보다 더 빠르고 더 멀리 퍼지고,
“그냥 질문일 뿐”이라는 방식으로 전문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며,
결국 스스로를 ‘진짜 전문가’로 포장해 신뢰를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종종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행동한다.
기득권에 맞서는 약자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허위 정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앉아 있다. (P.165)
해답은 결국 ‘진정한 소통’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있을까?
저자는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도 개인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태도를 제시한다.
개인적 차원의 해법 3가지
- 지적 겸손
-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 인지적 유연성
- 새로운 증거나 다른 관점을 접했을 때 기꺼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능력
- 분석적 사고
- 잘못된 정보를 구별해 낼 수 있는 힘
이런 태도를 가진 개인이 모일 때, 극단으로 치닫는 집단 갈등 역시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답은 거창하지 않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진짜 소통이다.
마무리|낙관적이지만은 않은 미래
저자는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책의 결말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유연한 사고는 강제로 주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특정 의견을 더 쉽게 배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됐다. 숫자로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의 폭도 함께 넓어지는 2026년이 되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이 책에서 제시한 ‘진실, 정의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되찾기 위한 길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우리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길을 따라갈지는 알 수 없다. (P.385)
”끼리끼리“는 과학이다. <집단착각> - 토드 로즈
“끼리끼리 “는 과학이다.사회 복잡도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 소속된 집단에서 규범을 지키며 다른 구성원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내가 소속된 집단이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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