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나 삶이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다. 때로는 부정적인 생각의 골이 깊어져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살아보자는 다짐으로 하루를 버틴다.
그럴 때 문득 궁금했다. 죽음을 가장 자주 마주하는 사람은 삶을 어떻게 바라볼까?
마침 밀리의 서재 평점 4.7을 기록한 법의학자 이호의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이 눈에 들어왔다.
책 정보
- 제목: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지은이: 이호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장르: 에세이
- 총 페이지수: 272쪽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부검의로 유명한 저자는 직업적 특성상 매일 죽음을 마주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법의학자가 바라본 죽음에 대한 독특한 시선이 녹아 있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이 많았다.
특히 다음 구절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갑작스러운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죽음을 ‘아직 멀리 있는 일’로 생각하지만, 사실 죽음은 늘 삶과 맞닿아 있다.
새순도, 갓 태어난 아기도 계속 늙어가고 죽어가는 과정에 있다.
삶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뒷면처럼 언제든 존재하는 것이다. (P.9)
나의 죽음 계획서
저자는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죽음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대부분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지만, 그게 정말 본인이 원하던 모습일까?
‘나의 죽음 계획서’, 즉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미리 생각하는 일은 삶을 주도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즉 죽음을 수용한 상태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
해가 뜨면 일어나 학교에 가고 출근하듯이,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듯이.
때가 되면 태연히 삶을 끝내고 갈 뿐이다. (P.222)
큰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이태원 참사…
우리 사회에는 유난히 대형 참사가 많다.
그때마다 책임 공방에만 몰두하고, 예방을 위한 제도 마련은 항상 뒤로 밀린다.
이호 저자는 호주와 미국의 사례를 통해, ‘수사’가 아닌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실수를 용인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독자로서 깊이 공감됐다.
마무리 – 삶을 차분히 돌아보게 하는 책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은 단순히 죽음에 대한 감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본 사회 제도의 문제, 생과 죽음의 철학적 통찰이 함께 담긴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조금 이르거나 느리거나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이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지?’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의 답을 찾으려고 평생을 바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부조리의 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P.124)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고 싶은 사람,
혹은 법의학자의 눈으로 본 인간의 한계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숨결이 바람이 될 때』 독후감 – 죽음을 마주한 의사가 전하는 삶의 의미
『숨결이 바람이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는 신경외과 의사였던 **폴 칼라니티(Paul Kalanithi)**가 직접 집필한 회고록이다. 그는 36이라는 젊은 나이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삶의 끝자락에서
njoberkim.tistory.com
[책]종양내과 의사의 일기장 훔쳐보기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가까운 사람이 혈액암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버렸을 때 처음에는 내 몸에서 팔다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고 그다음에는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한 동안 아무런 감정동요 없이 지냈
njoberkim.tistory.com
서평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나치 수용소 경험자의 이야기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은 대개 실험을 통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 있어, 개념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하면, 정보를 전달
njoberkim.tistory.com
'읽고 주절 한스푼 - 책 > 인문*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생각을 믿지 않을 용기, 내려놓기의 시작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리뷰 (0) | 2025.12.08 |
|---|---|
| 판결문 뒤에 숨은 인간의 얼굴 – 박주영 판사의 『어떤 양형 이유』 리뷰 (0) | 2025.11.06 |
| 덜 쓰고도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저소비 생활’ - 가제노타미 (0) | 2025.10.21 |
| 지금 나에게 찾아온 책,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 조태호 에세이 리뷰 (0) | 2025.10.08 |
| 책을 통해 이룬 경제적 자유와 행복 『독서의 기록』 - 안예진(꿈꾸는 유목민) | 독서로 인생을 바꾸는 방법 (0) | 2025.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