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학이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절, tvN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가 김상욱 교수와 나눈 대화를 들으면서 처음 물리학 책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때 등장했던 표현이 바로 “다정한 물리학”. 이후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을 읽고 물리학의 매력에 빠졌고, 자연스럽게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라는 물리학자를 알게 되었다.
로벨리 교수의 책들은 복잡한 수식이나 전문 용어보다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설명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물리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책 『화이트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과학 도서였다.
책 정보
- 제목 : 화이트홀
- 저자 : 카를로 로벨리 (Carlo Rovelli)
- 출판사 : 쌤앤파커스
- 페이지 수 : 196쪽
- 완독 예상 시간 : 약 3시간
블랙홀의 끝, 화이트홀의 시작
책에서 설명하는 블랙홀의 형성 원리는 간단히 말해 ‘죽음을 맞이한 별의 끝없는 추락’이다. 별은 수명을 다하면 중력에 의해 붕괴하면서 블랙홀을 만든다. 그런데 로벨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추락의 끝은 과연 완전한 소멸일까?
로벨리는 공이 바닥에 부딪혀 다시 튀어 오르듯, 낙하의 끝에서 새로운 반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화이트홀(White Hole) 이 나타난다.
- 블랙홀 :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 없음
- 화이트홀 : 들어갈 수는 없지만 나올 수 있음
즉, 블랙홀을 촬영한 뒤 영상을 거꾸로 재생하면 화이트홀이 된다. 이 단순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유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우주 현상이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물리학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여정
카를로 로벨리의 물리학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결국 우주의 연구는 곧 ‘나’에 대한 탐구라는 것이다.
우주는 수많은 별과 은하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가 이해한 것은 그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화이트홀』에서도 로벨리는 이렇게 묻는다.
- 빅뱅이 정말 우주의 시작일까?
-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홀의 종말이 곧 우주의 종말일까?
어쩌면 지금 우리가 이해한 빅뱅과 블랙홀은, 수많은 가능성 중 단지 하나의 단편일 뿐일지도 모른다.
인상적인 구절
공간과 시간,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가 실재와 관계를 맺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실재는 ‘그것’이 아나라 ‘당신’입니다.
로벨리의 문장은 언제나 과학적 사실을 넘어서 철학적인 사유로 확장된다. 그래서 『화이트홀』은 단순한 과학책을 넘어, 우주와 나, 그리고 실재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마무리 │ 과학책이 두렵지 않다면 추천
『화이트홀』은 두꺼운 과학 서적이 아니며,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얇은 책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블랙홀과 화이트홀,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쉽고도 아름답게 설명해 주는 책. 물리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 혹은 우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사유해 보고 싶다면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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