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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주절 한스푼 - 책/소설

시간여행으로 끓여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김영탁 『곰탕: 미래에서 온 살인자』 리뷰

by joojul1spoon 2025. 8. 6.

출처 : 밀리의 서재

 

‘곰탕’이라는 투박한 제목에 처음엔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밀리의 서재 평점 4.6, 그리고 짜디짠 한줄평에서 이례적으로 쏟아진 찬사들은 책장을 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김영탁 작가의 『곰탕: 미래에서 온 살인자』는 단순한 SF소설이 아니다. 곰탕 한 그릇에 담긴 시간, 기억, 그리고 가족의 서사를 정교하게 끓여낸 독특한 이야기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곰탕’이라는 매개체

소설은 암울한 미래(2063년)의 부산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방 보조로 일하던 40대 이우환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가축의 고기로 곰탕을 끓이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진짜 아롱사태가 들어간 ‘진짜 곰탕’의 맛을 배워오라는 사장의 명령에 따라 위험한 시간여행을 감행한다.

우환은 2019년 과거로 돌아가 ‘부산곰탕’ 식당에 취업한다. 그리고 진짜 곰탕의 맛과 더불어,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에 관한 퍼즐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곰탕은 이 소설에서 단순한 음식이 아닌, ‘기억’과 ‘세대’를 연결하는 정서적 매개체로 기능한다.

 

과거의 삶을 욕망할 때 벌어지는 일

이우환은 곧 부모가 될 19살의 유강희, 이순희를 만나고, 부모와의 평범한 일상을 욕망하게 된다. 과거에서의 따뜻한 시간은 그에게 너무도 달콤하다. 미래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그는 결정한다. 이 시간이 자신의 ‘현재’가 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나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야만 가능한 과거의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미래에서 온 자들이 과거에 머무는 유일한 방법은,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빼앗는 것’뿐. 그건 정말 내가 원하던 삶일까?

 

남자는 왜 자신이 행복해지면 안 되는지, 의심했다. 남자는 왜 여기서 흐르는 시간이 자신의 현재가 되면 안 되는지, 의심했다.

 

하지만, 기다림만으로 타인의 인생을 살 수는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현재가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애를 썼을까.’
우환은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들은 모두 우환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보고 흉내 내고 결국, 훔쳐낸 사람들인가. 우환은 결국 종인의 인생을 빼앗아야 하는가. 우환은 결국 종인이 되어야 하는가. 아들은 결국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가.

 

아버지와 아들, 뒤엉킨 세대의 퍼즐

과거를 자신의 현재로 만들고자 했던 우환은 결국 ‘이종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쉰이 넘어서야 그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아버지, 이순희를 마주하게 된다. 과거의 오해는 풀리고, 원치 않던 고아원 생활 역시 그 어떤 악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순희와 강희가 가장 즐거웠던 여름, 둘이 함께 좋아했던 유일한 이름이었다.

 

이 장면에서 작가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결국 자식은 어느 부모에게나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곰탕 한 그릇처럼 깊고 진하게 전한다.

 

영화 같은 서술, 진한 여운

김영탁 작가는 본업이 영화감독답게, 장면 하나하나를 스크린 위에서 그려낸 듯 서술한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장면 묘사로 독자에게 상상하게 만드는 서술 방식은 몰입도를 높인다. 단문 위주의 문장 덕에 2권짜리 분량도 빠르게 읽히며, 책을 덮고 나면 ‘곰탕 한 그릇’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총평: 제목에 속지 말자. 무조건 읽자

『곰탕: 미래에서 온 살인자』는 제목만 보면 평범한 음식소설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시간여행,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정체성과 선택, 그리고 희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담고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평점 4.6을 받은 이유가 분명히 있다.